표현하기
어려서부터 표현에 상당히 인색한 편이었다.
어머니께서 맛있는 밥을 해주셔도
'맛있다'고 말하는 것은 일년에 몇 번 될까 말까이고
일반적으로 사람들이 '맛있다'고 말하는 정도라면
'괜찮다' 정도의 표현에서 그치곤 했다.
문득 사람들이 '예쁘다'라고 말하는 여자들을 볼 때
'예쁘다'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
'괜찮네' 내지는 '예쁘다고 할만 하네' 정도의 평가를 내리는 나를 보고
내가 그리 잘난 것도 아닌데 왜 그런가 싶어 잠시 고민을 해본 결과
내가 표현에 상당히 인색하다는 것을 깨달았다.
은근히 눈썰미가 있는 편이어서
사람을 많이 만나고 다니지 않는 것 치고는
누군가의 외형적인 변화나 기분파악이 좀 빠른 편인데
그런 변화를 알고도
'멋있다' '예쁘다' '잘 어울린다' '무슨 일 있어?'등과 같은 표현을 잘 하지 않고
밥을 먹으러 가더라도
'맛있다' '분위기가 좋네' '다음에 또 오자' 이러한 표현도 잘 하지 않고
영화를 보더라도
'재미있네' '감동적이야' '**신이 화려했어' '정말 맘에 쏙 드는 영화였어' 등
해줄 만 한 말이 많지만
별 표현을 하지 않았었다.
이러한 것을 고쳐야겠다고 느꼇던 때가 없던 것도 아니다.
집에서 어머니가 "얘는 '맛있다'고 안 해. '괜찮다'고 하면 다행이지."라고 말하셨을 때
영화보러 가다가 연구실 누나가 "연구실에 이쁜 옷 입고 가면 뭐하냐 보고 '예쁘다'고 말해줄 사람도 없는데..."라고 했을 때
"맛있는 음식을 해주면 '맛있다'고 하면서 먹어주는 남자가 좋더라."는 말을 여기저기서 들을 때
"좋아하는 사람이'좋아한다' 혹은 '사랑한다'고 말해줄 때 정말 행복하다."는 이야기를 들을 때 등
생각해보면 상당히 많은데도 아직 잘 고쳐지지 않는다.
아니, 고쳐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고 해야하나?
평소에 무뚝뚝하고 말없는 이미지도 아니고
친해지면 수다스러워지고 괜히 장난기가 늘어나는 타입인데
표현에 인색하다는 것이 상당히 아이러니하기도 하지만
표현하는 연습을 해야할 것 같다.
그와 더불어 쓸데없는 장난기를 좀 줄이고
어른스러워진다면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? ㅋ.